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

▎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

 

2016년 9월 21일부터 2016년 11월 24일까지 매주 수, 목 밤 10시~11시에 KBS 2TV에서 20부작으로 방영되었던 ‘공항 가는 길’은 시청자들에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불륜과 사랑’이라는 논란의 뇌관이 되었습니다. 이미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또 다른 사람을 가슴에 담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과 미려한 대사를 통해 대중에게 ‘생각의 몫’을 떠안깁니다. 글을 쓴 이연숙 작가는 ‘두 번째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잠시 흔들리는 30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누군가’라고 그들을 묘사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육체적인 관계가 없다고 해서 ‘왜 그런 사랑을 선택하느냐’는 지청구를 피하기는 어려운 설정이었습니다.

 

 

이숙연 작가와 함께 작업했던 ‘공항 가는 길’의 감독은 KBS공채 20기의 김철규 PD입니다. 그의 전작들을 잠시 살펴보면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업한 ‘유행가가 되리(2005)’와 ‘꽃보다 아름다워(2004)’는 여백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현실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리고 윤선주 작가와 함께한 ‘황진이(2006)’는 사랑의 본질을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의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에돌아 전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렇듯 김철규 PD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능적 감정을 대놓고 지껄이는 대신 은근하고 완곡하며 슬며시 꺼내 놓습니다. 김철규 PD는 이숙연 작가와 작업을 마치고 현재 tvN을 통해 방송 중인 ‘시카고타자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On the Way to the Airport is a South Korean television series starring Kim Ha-neul, Lee Sang-yoon, Shin Sung-rok, Choi Yeo-jin and Jang Hee-jin, about married individuals who meet by fate and become more involved in each other's lives. It is airing every Wednesdays and Thursdays on KBS2 at 22:00 KST.

 

 

▎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 시나리오 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

 

 

해마다 계절마다 많고 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지만 유명 작가 혹은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눈에 익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공항 가는 길’의 이숙연 작가의 이름은 생소합니다. 그 이유는 이숙연 작가가 그동안 집필한 방송 드라마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숙연 작가는 주로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숙연 작가의 대표작을 보면 ‘봄날은 간다.(2001)’, ‘행복(2007)’,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등이 있습니다. 이숙연 작가가 영화판에 입문한 배경은 아주 우연이었다고 합니다.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15년을 활동한 그녀는 아침에 편성된 프로그램 덕에 늘 아침 6시 즈음에 기상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글 쓰는 것이 일상이 된 그녀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라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음악 프로에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던 조성우 음악감독이 ‘봄날은 간다.’의 각색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풍구질을 했던 것입니다. 각색은 커녕 습작 한편도 없는 그녀는 겁이 덜컥 났지만 이것이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본 틀이 갖춰진 이야기를 한 달 만에 시나리오로 각색해 정진호 감독에게 전했을 때 절제된 감성이 돋보인다는 칭찬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봄날은 간다.’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봄날의 간다.’는 이숙연 작가에게 ‘멜로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했고 섬세한 감성 흐름과 대사가 필요한 영화에서 작업할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조근식 감독의 ‘그해 여름(2006)’과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 등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지는 않았지만 대사와 설정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을 함께 하게 됩니다.

 


▎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 그녀가 그리는 사랑

 

 

<나른한 봄으로 시작해 매미소리 우렁찬 늦여름을 지나 스산한 가을로 끝나는 사랑>

이숙연 작가는 박흥식 감독의 ‘사랑해, 말순씨(2005)’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 ‘멜로’를 새겨 넣었습니다. 그녀는 최고점을 위해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는 장르라서 멜로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에 쓰이는 사랑은 대사 하나 손짓 하나로 차근차근 길을 열다가 마침내 절정에서 터뜨리는 구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극전개가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설정을 가지고 있어 이런 것이 특징이라 보기 어렵다할 수 있지만 그녀의 기승전(起承轉)은 참 덤덤하고 절제가 깊어 결(起)의 크기와 세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숙연 작가가 사랑과 이별을 표현하는 방법은 나른하지만 왠지 설레는 봄처럼 시작해 매미소리 우렁찬 늦여름을 지나 스산한 가을로 가는 느낌을 줍니다.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와 유지태는 흐뭇하기는 하나 단조로울 정도로 은근한 시작을 합니다. 그러다 겨울을 녹여 버릴 듯 뜨겁게 사랑하고 깊어가는 가을 같은 스산한 봄을 보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은 같아도 끝은 같을 수는 없듯이 유지태와 이영애도 그런 이야기를 읊어냈습니다. 이런 설정을 통해 이숙연 작가는 생성과 소멸로 변화하는 사람의 감정의 낱낱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2007년 ‘행복’에서는 끝을 각오한 사랑이라도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치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중독된 잔인한 행복을 죽어가는 여인과 그녀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이숙연 작가는 최근작이었던 ‘공항 가는 길’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느낌을 줍니다. 그녀 특유의 느긋함과 은근함을 장면 하나하나에 실어 천천히 시청자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의 ‘봄날은 간다.’

 

 

2001년 허진호 감독과 작업한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은 이숙연이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본 영화 제목일 것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 영화는 아직까지 멜로의 진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숙연은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와 그의 가족 간의 관계로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해 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본업이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영화에 그대로 밀어 넣어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를 만들어 냅니다. 소리를 잡아내는 상우와 소리를 전파에 담는 은수는 어느 겨울 사랑에 빠집니다. 겨울을 통째로 녹일 듯 그들은 뜨겁게 사랑합니다.

 

 

One Fine Spring Day is a South Korean feature film released by Sidus and Applause Films in 2001. Directed by Hur Jin-ho (of Christmas in August), the film is a portrait of a love affair - from its blossoming in spring, to its decline as the years pass. Plot : Sound engineer Sang-woo meets local DJ Eun-soo on a recording trip in the quest for nature's voice. They succeed in capturing various sensual sounds as well as each other's tenderness. Their love flourishes as spring comes along, but Sang-woo's ever intensifying passion often reminds Eun-soo of he tragic past. She knows only too well how passion can vanish like a sound, and how love always surrenders to its end.

 

 

▎공항 가는 길 이숙연 작가의 ‘행복’

 

 

‘행복(Happiness, 2007)’은 이숙연 작가가 허진호 감독과 작업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숙연 작가는 황정민(영수)과 임수정(은희)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말합니다. ‘사랑, 그 잔인한 행복과 변치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겨온 영수(황정민)는 지친 삶과 병든 몸을 핑계 삼아 시골 요양원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은희(임수정)는 폐의 60%를 잘라낸 중증 폐질환 환자입니다. 밝고 낙천적인 은희는 자신의 병에 개의치 않고 자꾸 눈에 드는 영수에게 먼저 다가섭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하게 됩니다. 영화 ‘행복’도 시작은 같지만 끝이 같을 수는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련하고 처연하게 스크린에 담아냅니다.

 

 

Happiness is a 2007 South Korean film, directed by Hur Jin-ho and starring Hwang Jung-min and Im Soo-jung. It is a love story about two people who meet while battling serious illnesses. Plot : When stricken with a terminal disease, Young-su leaves his careless high life in the city, live-in girlfriend and dwindling business. He retreats to a sanatorium in the countryside in order to treat his illness, where he meets Eun-hee, a young woman who is a resident patient there. Soon they develop feelings for each other and leave the sanatorium together to live in a small but cozy farm house. Their health improves dramatically but when Young-su's friends from the city come for a visit, he starts to wonder if he should abandon mundane rural village and return to his former lifestyle.

 

 

▎공항 가는 길, 닮은 듯 다른 영화 ‘남과여’

 

공유,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남과여’는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낯선 곳에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나 쉽지 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줄거리로 ‘공항 가는 길’과 똑 닮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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