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 흙수저의 성공신화

김은숙 작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스타 작가. 시청률 제조기. 김은숙 작가를 이야기할 때 늘 이런 말들이 함께합니다. 2013년 ‘상속자들’이후 휴식을 취한 그녀는 2016년 2월 24일 제작비 120억 원의 블록버스터 휴먼 멜로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시청자와 재회합니다. 중앙아시아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기상 이변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기적과 인류애, 동기애를 담아낼 ‘태양의 후예’는 한류스타 송중기와 송혜교가 캐스팅된 것만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태양의 후예’로 돌아온 김은숙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합니다.


김은숙 작가, 처음부터 김은숙은 아니었다.

김은숙은 1973년 강릉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주 어릴 때 그녀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처럼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어머니와 삼형제는 줄곧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변변한 책 한 권 사 읽지 못했고, 어릴 때는 가난한 일상에 대해 털어 놓는 것이 싫어 일기를 쓰는 대신 동시로 일기장을 메웠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은 어린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그녀가 쓴 동시를 칭찬해줬고, 그런 칭찬 덕에 작가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돈을 벌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토지, 태백산맥 등을 비롯해 오정희와 신경숙 작가의 책은 모두 다 읽게 됩니다. 그러다 동경하던 신경숙 작가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어 1997년 2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녀에겐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지만 등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자취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고, 아니 뼈저리게 힘들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대학로에서 희곡을 썼지만 수입이 변변하지 않아 서울로 올라온 뒤 줄곧 살았던 한성대 근처의 월세 30만 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을 벗어 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새우깡 한 봉지로 3일을 버틴 적도 있었습니다.



김은숙 작가, 시작은 70만원이었다.

이렇게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은숙 작가에게 드라마 제작 피디를 하던 지인이 드라마를 써보라는 권유합니다. 신춘문예도 수차례 낙방하고 배고 골았던 차라 그녀는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했습니다. 드라마 집필을 제의하는 지인에게 물은 첫 마디가 “돈 많이 줘?”였다고 합니다. ‘월급 70만원.’ 그렇게 월급 70만원으로 김은숙은 드라마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되지도 않아 강은정 작가와 함께 최민수, 최명길 주연의 2003년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쓰게 되고, 신인 작가로써 괜찮은 시청률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됩니다.


김은숙 작가, 나는 김은숙이다.

조앤 K. 롤링 (Joan K. Rowling)를 세계에게 가장 부유한 작가로 만들어준 해리포터처럼 김은숙 작가의 인생을 바꿔 준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2004년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 57.4%라는 초대박 시청률을 기록하며 30만 원짜리 반지하 월세에 살던 배고픈 작가를 6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한민국 최고 흥행 작가 중 한 명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월급 70만원을 받던 작가는 현재 회당 3,500만원~4,000만원을 받는 초특급 드라마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리의 연인'이 끝난 후 필리핀으로 여행 갔다가 현지에서 바를 운영하던 지금의 남편 최상현씨에게 반해 그녀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열렬히 연애하다 2006년 결혼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최근 사진(왼쪽)과 2004년 8월 ‘파리의 연인’ 종방 뒤의 사진(오른쪽)입니다. 무언가 달라진 게 느껴지시나요? ‘흙수저의 성공 신화’는 이럴 때 쓰는 말인 듯합니다. 이 사진 한 장이 많은 이에게 꿈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김은숙 작가, 그냥 김은숙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시스템을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편성을 받는 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메인 작가의 보조를 하면서 드라마 쓰는 법을 배우고 방송계의 생리를 터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김은숙 작가는 ‘보조작가’ 시절이 없이 바로 편성을 받은 것이지요.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드라마 계에 어느 날 갑자기 뽕하고 나타났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천운을 얻어 방송계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많은 책을 읽고 또 끊임없이 쓰고, 또 읽고, 또 쓰고....  그녀는 쉬지 않고 준비해온 것입니다. 끊임없이 준비한 그녀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높이 삽니다.


김은숙 작가, 그녀의 작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2013)-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크리스탈, 김지원 주연

이 시기의 SBS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승률이 좋았습니다. 소지섭 & 공효진 주연, 홍정은 & 홍미란 극본의 ‘주군의 태양’(시청률 21.8%)이 직전 작품이었고, 뒤를 잇는 작품이 그 유명한 ‘별에서 온 그대’(시청률 28.1%)입니다.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3편의 드라마가 연속으로 히트를 쳤지요.

신사의 품격(A Gentleman`s Dignity. 2012)-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주연

40대 초반 꽃중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장동건의 드라마 복귀작으로도 관심을 받았지만 그의 출연료가 회당 1억 원이어서 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2010)-하지원, 현빈, 윤상현, 김사랑, 이필립 주연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과 '까칠한'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이 서로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시티홀(City Hall. 2009)-김선아, 차승원 주연

극에 등장하는 허구의 무양도청은 경기도 양주시청을 모델로, 인주시의회 인천광역시청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에어(On-air. 2008)-김하늘, 박용하, 이범수, 송윤아 주연

드라마 PD와 작가, 연기자, 매니저 등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박용하씨. 편히 잠드세요.

연인(The lover. 2006)-이서진, 김정은 주연

영화 약속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고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서진과 김정은이 실재 연인으로 발전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프라하의 연인(2005)-전도연, 김주혁, 김민준, 강혜주 주연

출발은 좋았는데 뒤로 가면서 구성이 산만해졌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인기드라마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시청률 30%를 넘기며 김은숙 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드라마입니다.

파리의 연인(2004)-박신양, 김정은 주연

김은숙 작가가 아직은 특급 작가가 아니었던 당시 주연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용준, 이정재, 이서진 등이 남자 주인공으로, 김희선이 여자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배용준, 이정재, 김희선은 영화 촬영, 이서진은 MBC 불새 출연으로 고사하자 설득 끝에 박신양이 한기주, 김정은이 강태영 역으로 캐스팅 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온에어에서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에피소드에 실린 게 아닌가 혼자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귀여운 여인’이란 제목으로 방영하려고 할리우드 동명 영화 판권을 사려했지만 미국 영화사측이 원래보다 10배나 가격을 높이면서 계약은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파리의 연인’

태양의 남쪽(2003)-최면수, 최명길 주연

30~40대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김은숙 작가는 80페이지나 되는 기획안을 방송사에 보내 편성이 확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를 가장 기쁜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1차 저작권은 해당업체에 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하였음을 밝힙니다.


공감 클릭은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스팅에 큰 힘이 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NET